기후위기 시대, 공급망에 부는 녹색 바람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은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이지만, 동시에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다국적 기업들이 여러 국가에 생산기지를 분산하면서 물류, 생산, 소비 전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사회는 기업의 ‘직접적인’ 탄소배출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까지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의 설계와 운영 방식도 기존의 효율성 중심에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같은 제조업 중심 국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공급망 재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탄소중립 이행의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탄소중립 요구가 공급망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
탄소중립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 공개를 요구하면서, 협력업체들도 스코프 3(Scope 3: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 배출 관리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출이나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예컨대 애플, 아마존, 유니레버 같은 기업들은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 온실가스 감축 계획, ESG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둘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규제의 확산이다. EU는 2026년부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등 에너지 집약 산업 수출 시 탄소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며, 이는 공급망 전반의 저탄소화를 요구하는 제도적 장치다.
셋째,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 경영과 탄소 리스크를 주요 평가 지표로 삼으면서, 공급망이 탄소 위험에 노출된 기업은 자금 조달과 투자 유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각국 기업들은 이제 제품 가격이나 품질뿐 아니라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최소화한 공급망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산업계가 직면한 과제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내 탄소 규제 강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수출 산업은 EU CBAM 대상 품목에 포함되거나, 미국·일본 등 주요 교역국의 기후기준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은 아직까지 스코프 3 배출량 산정이나 ESG 공시 역량이 부족하고, 저탄소 전환 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도 제한적이다. 또한, 국내 제도와 글로벌 기준 사이에 차이가 있어 해외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더불어 공급망 내 탄소 데이터 수집·공유 시스템이 미비하고, 업종별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여 실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 수출 경쟁력과 산업 전환 속도에 직결되는 구조적 리스크다.
대응 전략과 정책적 제언
글로벌 공급망 내 탄소중립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의 공동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공급망 전반의 배출량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협력사와 함께 탄소 배출 데이터를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저탄소 공급망 전환을 위한 재정·기술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측정, 에너지 진단, 감축 기술 도입을 위한 지원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ESG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인증 및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제표준(ISO), GHG Protocol, CDP 등과 연계된 통일된 지침을 통해 기업들의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
넷째, 산업별로 탄소 리스크 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국가 차원의 ‘녹색 공급망 인증제’ 등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전환을 수출 산업의 경쟁력 강화 기회로 전환하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 시장에 대한 투자이며, 저탄소 공급망을 선도하는 국가가 글로벌 무역 질서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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