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기업의 Scope 3 탄소중립관련 배출 관리와 감축 노력

Scope 3의 정의와 중요성

기후위기 대응과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이 확산되면서, 단순한 자사 운영에서의 탄소감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가운데 Scope 3 배출량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탄소배출 범위는 국제적으로 Scope 1, 2, 3으로 구분되며, 그 중 Scope 3은 기업의 직접 통제 범위를 벗어난, 공급망·유통망·고객 사용단계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을 뜻한다. 문제는 Scope 3가 대부분 기업의 총 탄소배출 중 60~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RE100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Scope 2(간접 전력) 배출을 줄이는 데 성공했더라도, Scope 3 관리가 소홀하면 진정한 의미의 넷제로(Net Zero)는 달성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 많은 RE100 참여 기업들이 Scope 3를 본격적으로 측정하고 감축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Scope 3 관리가 어려운 이유

Scope 3는 기업 외부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이기 때문에 측정, 보고, 감축 모두 어려운 영역이다. 첫 번째 문제는 데이터의 신뢰성과 가시성이다. 많은 공급업체들이 배출 데이터를 정확히 측정하거나 공개하지 않으며, 공급망이 다국적·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을 경우, 동일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일된 기준으로 분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둘째로, 협력사나 소비자 행태에 대한 영향력의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가 차량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소비자가 차량을 운행하며 발생시키는 배출(Scope 3 Category 11: 제품 사용단계)을 줄이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또한 기업의 입장에서 공급사나 물류 파트너에게 탄소감축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금전적 인센티브나 기술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된다. 결국 Scope 3 감축은 공급망 파트너와의 협력, 신뢰 기반의 데이터 공유, 그리고 시장 전체의 저탄소 전환이 병행되어야 가능한 과제다.

 

글로벌 기업들의 Scope 3 감축 전략

글로벌 RE100 기업들은 Scope 3 감축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플(Apple)**은 2030년까지 전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200개 이상의 공급업체에 대해 재생에너지 사용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지원책으로 공급사에 태양광 설비 도입 자금을 제공하거나 공동 구매를 주선하기도 한다. **유니레버(Unilever)**는 자사의 전 제품에 대한 전체 탄소발자국을 공개하고 있으며, 원재료 조달, 운송, 소비자 사용단계까지의 Scope 3 배출 감축을 주요 ESG 목표에 포함시켰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탄소세를 내부적으로 부과하여 Scope 3 배출까지 금전적으로 환산하고 이를 사업부별 경영성과와 연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도 RE100 가입 이후 Scope 3 감축 전략을 일부 구체화했으며, 주요 협력사와 함께 탄소감축 인증제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RE100 기업들이 단순한 재생에너지 사용을 넘어서, 공급망 및 제품 전 과정에서의 감축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변화이다.

 

RE100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은 Scope 3에 있다

Scope 3 배출 관리와 감축은 어렵고 복잡하지만, 탄소중립 시대에 RE100 기업이 진정한 기후 리더십을 증명할 수 있는 핵심 과제다. 단순히 기업 자체 전력 소비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고 해서 탄소중립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글로벌 투자자, 소비자, 규제기관은 기업의 전 가치사슬(Value Chain)에서의 탄소경영 역량을 중시하고 있으며, 특히 Scope 3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에 더 높은 신뢰를 부여하고 있다. 앞으로 RE100 캠페인의 기준도 점차 확장될 것으로 보이며, Scope 3 감축 목표와 이행 여부가 RE100 회원 지속 자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은 협력사와의 장기적 파트너십, 디지털 기반의 배출 추적 시스템, 업계 간 공동 감축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RE100 참여는 출발선일 뿐이며, Scope 3 감축 노력은 지속가능 경영의 마라톤이다. 이 영역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탄소중립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