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위한 산업계의 전환 전략인 제조업 중심
제조업과 탄소중립의 상관관계
제조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이자,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산업 분야다. 한국의 경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7%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중화학 공업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구조 전환이 필수적이며, 이는 단순한 기술 개선을 넘어 경영 전략과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혁신을 요구한다.
그러나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제조업은 전환 비용이 크고, 국제 경쟁력 유지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정책적, 기술적, 재정적 지원이 수반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탄소 감축이 어렵다. 이 글에서는 제조업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전략과 도전 과제를 분석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모색해본다.
제조업의 탄소 감축을 위한 핵심 전략
제조업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전략은 ▲에너지 효율 개선 ▲연료 전환 ▲공정 전환 ▲자원순환 ▲디지털 전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에너지 효율 개선은 단기적으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설비의 최적화와 고효율 장비 도입을 통해 상당한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음으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나 수소 등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도 핵심 전략이다. 예를 들어 철강 산업에서는 고로 기반의 제철 공정을 수소환원 제철 방식으로 전환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활용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 역시 중요하다.
아울러, 자원순환 체계를 도입하여 생산 및 폐기 단계에서의 배출을 줄이고,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통해 실시간 배출량 모니터링과 최적 운영을 구현하는 디지털 전환 전략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산업계가 직면한 전환의 장애 요인
탄소중립을 위한 제조업 전환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다.
첫째, 기술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고온·고압이 필요한 일부 공정은 현재의 재생에너지나 수소 기술만으로는 대체가 어렵고, 공정 전환에는 수년 이상이 소요된다.
둘째, 막대한 투자 비용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설비 전환이나 친환경 기술 도입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기 어려워 탄소중립 이행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셋째, 국제적인 규제 강화와 함께 국내외 시장에서 다양한 기후 관련 기준이 생기고 있지만, 기업이 이를 모두 숙지하고 대응하기엔 정보 접근성과 인력 역량의 한계가 있다.
넷째, 단기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친환경 전환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원가 상승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기업 내에 팽배하다. 이러한 요인들은 제조업 전환을 지연시키는 핵심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계 전환을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 방향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첫째, R&D 지원과 기술 상용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CCUS, 수소환원 제철, 저탄소 시멘트 등의 분야에 집중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둘째, 탄소중립 설비 전환에 따른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 보조금, 녹색금융 활성화 등의 금융 지원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산업별 탄소 감축 로드맵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감축 목표와 지원 방안을 설계하는 세부화된 정책 접근이 요구된다.
넷째,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 기술 지원, 교육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하며, 특히 ESG 정보공개나 국제 인증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산업계의 자발적 감축 노력을 독려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규제 장치를 병행해야 하며, 이를 통해 형평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제조업의 탄소중립 전환은 도전이지만, 동시에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